AI 할루시네이션, 무엇이 문제일까?
AI에게 질문하면 막힘없이 답이 돌아온다. 문장은 매끄럽고 말투는 확신에 차 있다. 그런데 그 답이 통째로 지어낸 것이라면 어떨까. 이것이 AI 할루시네이션이다. 우리말로는 ‘AI 환각’이라고도 부른다.
챗GPT를 만든 OpenAI는 할루시네이션을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닌 진술’이라고 정의한다. 연구진이 직접 겪은 사례도 있다. 널리 쓰이는 챗봇에게 논문 저자 한 사람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을 물었더니, 세 번 모두 다른 제목을 자신 있게 내놓았다. 그중 맞는 답은 하나도 없었다.
AI 언어 모델은 방대한 글을 읽고 ‘다음에 올 가장 그럴듯한 단어’를 예측하도록 훈련된다. 맞춤법이나 문장 구조처럼 규칙이 뚜렷한 것은 잘 배운다. 하지만 특정인의 생일처럼 자료에 드물게 나오는 사실은 패턴만으로 맞힐 수 없다. 그 빈자리를 그럴듯한 추측이 채운다.

평가 방식도 한몫한다. OpenAI 연구진은 이를 객관식 시험에 비유했다. 모르는 문제를 비워 두면 0점이지만, 찍으면 맞을 수도 있다. 정답률만 따지는 평가에서는 “모르겠다”고 말하는 AI보다 일단 찍는 AI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결국 AI는 모를 때도 답하는 쪽으로 길들여진다.
사람도 틀린다. 그러나 사람은 확신이 없으면 머뭇거리거나 “아마도”라는 말을 붙인다. 듣는 사람은 그 신호를 보고 한 번 더 확인한다. AI는 다르다. 맞는 답과 틀린 답을 똑같이 단정적인 말투로 전한다. 겉모습만으로는 둘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할루시네이션의 핵심 위험이다.
2023년 미국 뉴욕의 ‘마타 대 아비앙카’ 소송이 대표적이다. 한 변호사가 챗GPT로 찾은 판례를 법원에 냈는데, 그중 여러 건이 존재하지 않는 가짜였다. 변호사는 의심이 들어 챗GPT에게 진짜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돌아온 답은 “진짜”였다. 법원은 변호사들에게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할루시네이션은 곧 돈과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2024년 캐나다에서는 에어캐나다의 챗봇이 유족 할인 운임을 탑승 후에도 소급 신청할 수 있다고 잘못 안내했다. 회사는 챗봇이 ‘별도의 법적 주체’여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분쟁조정 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차액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2025년 호주에서는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가 정부에 낸 44만 호주달러짜리 보고서에서 존재하지 않는 참고문헌과 지어낸 판사 발언이 발견됐다. 딜로이트는 계약금 일부를 돌려주기로 했다. 법정도 예외가 아니다. 법원 제출 문서 속 AI 할루시네이션을 추적하는 연구자 다미앵 샤를로탱의 데이터베이스에는 2026년 6월 기준 1,600건이 넘는 사례가 쌓였다.
세 사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AI가 틀렸을 때 책임지는 쪽은 AI가 아니라, 그 답을 믿고 쓴 사람과 조직이다.
그렇다면 AI 할루시네이션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① 사실은 직접 확인한다. 숫자, 날짜, 사람 이름, 법 조항, 논문 제목은 반드시 원문을 찾아본다. AI가 알려 준 링크도 실제로 열어 내용을 대조한다.
② AI에게 근거를 요구한다. “출처를 함께 제시하고, 확실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답해 달라”고 요청하면 지어낸 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③ 중요한 일일수록 사람이 마지막에 검토한다. 보고서, 계약서, 의료·법률 정보처럼 틀리면 피해가 큰 일에는 AI의 답을 초안으로만 쓴다.
OpenAI도 최신 모델에서 할루시네이션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일어난다고 인정한다. 할루시네이션은 당분간 AI와 함께 갈 특성이다. AI는 빠르고 성실한 조수지만, 마지막 확인 도장은 사람이 찍어야 한다. 그 한 번의 확인이 AI를 위험한 도구에서 믿을 만한 도구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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