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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질문하는 힘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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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cleai 2026. 5.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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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질문하는 힘이 중요한 이유

인공지능은 이제 답을 주는 일에 있어 인간보다 빠르고 넓다. 방대한 자료를 순식간에 요약하고, 어떤 분야의 개념이라도 그럴듯하게 설명하며, 코드와 보고서와 시까지 즉시 만들어 낸다. 이런 시대에 인간이 갖추어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 답을 더 많이 외우는 일도, 더 빨리 검색하는 일도 아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힘이다. 질문은 인공지능에게 어떤 방향으로 사고를 시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출발점이며, 동시에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를 인간이 다시 평가하고 다듬는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답이 흔해진 세상에서 가치는 질문이 만드는 차이에서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2025년 1월 발표한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5」는 이 변화를 분명한 숫자로 보여 준다. 전 세계 1,000여 개 주요 고용주를 조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주들은 2030년까지 핵심 직무 역량의 39%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중요성이 커지는 능력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 문해력에 이어 분석적 사고, 창의적 사고, 호기심과 평생 학습이 꼽혔다. 이 능력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다. 모두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분석적 사고는 ‘이 자료가 정말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묻는 일이고, 창의적 사고는 ‘왜 꼭 이 방식이어야 하는가’를 묻는 일이며, 호기심은 ‘그다음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묻는 일이다.

 

질문하는 힘이 단순한 교육적 미덕이 아니라 인지적 생존의 문제임을 보여 주는 연구도 등장했다. 2025년 6월 MIT 미디어랩의 코스미나(Nataliya Kosmyna) 박사 연구팀은 「Your Brain on ChatGPT」라는 사전 출판 논문을 통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18세에서 39세 사이의 참가자 54명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ChatGPT를, 다른 집단은 검색 엔진을, 마지막 집단은 아무런 도구도 없이 에세이를 쓰게 한 뒤 뇌파(EEG)를 32개 영역에서 측정한 것이다. 결과는 분명했다. ChatGPT를 사용한 집단은 신경적, 언어적, 행동적 모든 차원에서 가장 낮은 참여도를 보였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단순한 복사·붙여넣기로 흘러갔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인지 부채(cognitive debt)’라고 명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정신적 노력을 아끼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판적 탐구 능력의 위축, 창의성의 저하, 조작과 편향에 대한 취약성 증가라는 비용을 누적시킨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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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의 핵심 통찰은 도구의 위험을 경고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어떤 사람이 인공지능을 ‘잘’ 쓰는가에 있다. 연구팀이 네 번째 실험 단계에서 집단을 바꾸어 보았을 때, 처음에 도구 없이 스스로 사유했던 사람들은 나중에 인공지능을 도구로 받았을 때도 그것을 비판적으로 활용했다. 반대로 처음부터 인공지능에 의존했던 사람들은 도구가 사라지자 인지 능력을 재가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차이를 만든 것은 결국 스스로 묻는 훈련이 되어 있는가였다. 같은 도구를 쥐고도 누군가는 자기 사고의 확장 도구로 쓰고, 누군가는 자기 사고의 대체물로 쓴다. 이 분기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질문하는 능력이다.

 

질문은 또한 인공지능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인간 고유의 기능이기도 하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학습된 데이터의 통계적 패턴 위에서 가장 그럴듯한 답을 생성한다. 그래서 사실처럼 들리지만 사실이 아닌 환각(hallucination), 표면적으로 일관되어 보이지만 맥락을 놓친 답변,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의 재생산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결과를 걸러내는 일은 또 다른 인공지능이 아니라, ‘이 답이 정말 내 문제 상황에 맞는가’, ‘근거는 충분한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를 묻는 인간의 질문이다. 좋은 질문은 인공지능의 답에 검증의 그물을 씌우는 일이며, 동시에 그 답을 자기 문제로 번역해 내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질문하는 힘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그것은 정답을 빨리 찾는 훈련과 정반대 방향에서 자란다. 모호함을 견디는 시간, 답을 유보하고 더 나은 질문을 찾는 시간, 자기 생각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시 묻는 시간 속에서만 자란다. 인공지능이 모든 답을 즉시 내놓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의도적으로 답을 미루는 연습을 해야 한다. 책을 천천히 읽고, 자기 글을 직접 쓰고, 동료와 토론하면서 ‘왜’와 ‘만약’을 거듭 던지는 일은 비효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지 부채를 갚고 사유의 근육을 단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은 인공지능보다 더 많이 아는 데 있지 않다. 인공지능에게 더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다시 의심하며, 그 의심에서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 내는 순환 속에 있다. 답은 점점 더 흔해지고, 질문은 점점 더 귀해진다. 자기만의 질문을 가진 사람만이 인공지능을 도구로 부릴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인공지능의 답에 끌려가는 자리에 서게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 지켜야 할 가장 본질적인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묻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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