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D를 맹신하면 안 되는 이유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는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운전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단어는 손을 놓아도 되는 미래, 이동 중에 책을 읽거나 잠을 자도 무방한 세계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현실은 그 이름이 암시하는 바와 한참 거리가 있다. FSD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SAE 기준 레벨 2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불과하며, 운전자는 핸들 앞에서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단순한 사실을 망각할 때, 기술에 대한 과신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
FSD를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오해는 이름 자체에서 비롯된다. 테슬라는 공식적으로 FSD를 '풀 셀프 드라이빙(감독형, Supervised)'이라 명명하고 있으며, 시스템이 방향과 속도를 제어하되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하며 주행에 적극 개입해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용자들은 이를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으로 오해한다. 레벨 2와 레벨 3의 차이는 미묘해 보이지만 실질적 책임 주체의 차이라는 점에서 결정적이다. 레벨 2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법적·도덕적 책임은 운전자에게 귀속된다. 차가 스스로 알아서 달린다고 믿으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눈을 감는 행위는, 결코 기술이 허용한 행위가 아니다.
실제 사고 데이터는 이 과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냉정하게 증명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4년 10월 가시성 저하 상황에서 발생한 네 건의 충돌 사고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후 조사 범위를 사망 1건과 부상 2건을 포함한 아홉 건의 사고로 확대하면서 약 320만 대의 테슬라 차량을 대상으로 한 엔지니어링 분석 단계로 격상시켰다. 이는 리콜 요청 직전 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다. NHTSA의 핵심 지적은 FSD의 카메라 성능 저하 감지 시스템이 태양 눈부심, 먼지, 공중 부유물 같은 일상적인 조건을 충돌 직전까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3년 11월에 발생한 사망 사고에서 테슬라는 충돌 보고서를 무려 7개월이 지난 뒤에야 제출했고, 같은 날 뒤늦게 시스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테슬라 자체 분석에서도, 업데이트된 시스템이 당시에 적용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아홉 건의 사고 중 세 건에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2025년 10월에는 NHTSA가 288만 대의 테슬라 차량을 대상으로 또 다른 조사를 개시했다. 이번 조사는 50건 이상의 교통 법규 위반과 다수의 충돌 사고에서 FSD의 관련성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울러 테슬라가 자사의 사고 보고 의무를 위반하여 수개월 지연 제출했다는 사실도 함께 조사 대상이 되었다. 규제 당국이 우려한 것은 단순히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만이 아니었다. NHTSA는 테슬라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운전자들이 FSD 사용 중 주의를 분산시키는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기술 개발사 스스로가 과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기술적 한계는 특정 상황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폭우, 폭설, 짙은 안개처럼 카메라와 센서 성능이 저하되는 악천후 환경에서 FSD는 신뢰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능이 떨어진다. 도로 공사 구간이나 임시 차선, 비표준적인 교차로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도 오작동 가능성이 높다.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보행자나 급정거하는 차량처럼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은 여전히 시스템이 완전히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FSD는 방대한 데이터와 정교한 신경망 위에 세워진 시스템이지만, 인간이 직관적으로 처리하는 맥락 이해와 상황 판단의 영역에서는 아직 현저한 간극을 보인다.
운전자의 주의 분산이라는 문제는 심리학적 차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반복적으로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존하다 보면 경계심이 무뎌지는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을 경험하게 된다.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구간이 길어질수록 운전자의 각성 수준은 낮아지고, 정작 개입이 필요한 위기 순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워진다. FSD가 평상시에 매끄럽게 작동할수록, 역설적으로 운전자는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을 잃어간다. 이는 기술에 대한 과신이 단지 운전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기계 상호작용의 구조적 위험임을 시사한다.
FSD는 분명 놀라운 기술이다. 그러나 놀랍다는 것이 곧 완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름이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현재의 FSD는 운전자의 시선과 판단을 대체할 수 없다. 운전대 앞에 앉은 사람은 시스템이 보조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도로를 읽고, 상황을 해석하고, 언제든 통제권을 되찾을 준비를 해야 한다. 기술을 신뢰하되 맹신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 자율주행 기술과 공존하는 가장 책임 있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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