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컴퓨터 시스템에서 제로샷 모델링을 완벽히 구현하기 어려운 이유
제로샷 학습(Zero-shot Learning)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도전적인 과제 중 하나다. 모델이 학습 단계에서 전혀 보지 못한 클래스나 태스크를 추론할 수 있다는 개념은 인간의 일반화 능력을 모방하려는 시도이며,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컴퓨터 시스템과 기계학습 패러다임 안에서 제로샷 모델링을 완벽하게 구현하기는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미성숙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지식 표현의 한계, 의미론적 이해의 부족, 그리고 컴퓨팅 자원의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제로샷 학습의 핵심은 기존에 학습한 지식을 새로운 상황에 전이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모델이 '말'과 '얼룩말'에 대해 학습했다면, '줄무늬가 있는 말'이라는 설명만으로 얼룩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속성 간의 관계, 개념 간의 의미적 연결, 그리고 추상적 추론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딥러닝 모델들은 대부분 통계적 패턴 인식에 기반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론적 이해보다는 데이터의 상관관계에 의존한다. 모델은 '줄무늬'라는 시각적 패턴과 '얼룩말'이라는 레이블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학습할 수 있지만, 줄무늬가 왜 얼룩말의 본질적 특성인지, 그것이 생태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의미론적 이해의 부족은 지식 표현 방식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제로샷 학습에서는 보통 속성 벡터나 워드 임베딩을 통해 클래스 간의 관계를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벡터 공간은 본질적으로 연속적이고 고차원적이지만, 인간의 개념 체계가 갖는 계층적 구조, 인과 관계, 맥락 의존성을 완전히 포착하지 못한다. 예컨대 '새'라는 개념은 단순히 '깃털', '부리', '날 수 있음'이라는 속성의 조합이 아니라, 진화적 역사, 생태적 지위, 문화적 의미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다차원적 개념이다. 현재의 임베딩 방식으로는 이런 풍부한 의미망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

또한 제로샷 학습은 근본적으로 귀납적 편향(inductive bias)의 문제에 직면한다. 모델이 새로운 클래스를 추론하려면, 기존 지식으로부터 어떤 패턴이나 규칙을 일반화해야 한다. 하지만 학습 데이터에 없는 클래스에 대해 어떤 가정을 해야 하는지는 본질적으로 불확정적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개를 학습한 모델이 '용'을 추론해야 한다면, 용의 어떤 측면에 집중해야 할까? 파충류적 특성인가, 신화적 상징성인가, 아니면 문화적 표현 방식인가? 적절한 귀납적 편향 없이는 무한히 많은 가능한 해석이 존재하며, 모델은 그중 어느 것이 올바른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
데이터의 품질과 분포 또한 중요한 걸림돌이다. 제로샷 학습은 학습 데이터가 충분히 다양하고 대표적이어야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만약 학습 데이터가 특정 도메인이나 맥락에 편향되어 있다면, 모델의 일반화 능력은 심각하게 제한된다. 예를 들어, 주로 실내 환경의 물체 이미지로 학습한 모델은 야외 환경에서의 동일한 물체를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현실 세계의 개념 공간은 학습 데이터로 샘플링된 공간과 동일하지 않다. 데이터는 항상 불완전하고 편향되어 있으며, 이는 제로샷 추론의 정확성을 근본적으로 제한한다.
컴퓨팅 자원의 제약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제로샷 학습을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사전 지식을 학습하고 유지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이나 비전-언어 멀티모달 모델의 경우,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훈련하고 추론하는 데 엄청난 계산 비용이 든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소비와 환경적 영향, 그리고 접근성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모든 연구자나 기관이 이런 규모의 모델을 학습하고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는 제로샷 학습 연구의 민주화를 저해한다.
더욱이, 모델의 크기가 커진다고 해서 제로샷 능력이 선형적으로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에서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며, 파라미터 수를 두 배로 늘려도 성능은 미미하게 개선될 뿐이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와 파라미터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제로샷 능력을 달성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질적으로 다른 접근, 즉 인과 추론, 상식 지식의 명시적 표현, 메타 학습 등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과 제로샷 학습의 경계도 모호하다. 많은 경우, 이른바 '제로샷' 모델들은 사실상 엄청난 양의 사전 학습 데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타겟 도메인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텍스트로 학습한 언어 모델은 특정 태스크에 대한 명시적 학습 없이도 그 태스크를 수행할 수 있는데, 이는 학습 데이터 안에 해당 태스크와 관련된 정보가 암묵적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이 진정한 제로샷인지, 아니면 극단적으로 희석된 few-shot 학습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또한 평가의 문제도 있다. 제로샷 성능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어떤 클래스나 태스크가 진정으로 '본 적 없는' 것인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학습 데이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리고 인터넷 데이터처럼 다양한 출처가 혼재될수록, 데이터 오염(data contamination)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테스트 데이터나 그와 유사한 정보가 학습 데이터에 이미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제로샷 성능을 인위적으로 부풀릴 수 있다.
안정성과 신뢰성의 문제도 심각하다. 제로샷 모델은 종종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행동을 보인다. 작은 입력 변화에도 출력이 크게 달라지거나, 비슷한 클래스 간에 일관성 없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이는 모델이 진정한 이해가 아니라 표면적 단서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응용 환경에서는 이런 불안정성이 치명적일 수 있다. 의료 진단이나 자율주행처럼 고위험 도메인에서는 제로샷 모델을 신뢰하기 어렵다.
인간의 제로샷 능력과 기계의 그것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인간은 평생의 경험, 다양한 감각 양식의 통합, 사회적 학습, 그리고 진화적으로 형성된 인지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을 이해한다. 우리는 단순히 통계적 패턴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인과 관계를 이해하고, 반사실적 추론을 하며, 추상적 원리를 적용한다. 현재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이런 다층적이고 체화된 지능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제로샷'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간의 진정한 일반화 능력의 창백한 모방에 불과할 수 있다.
결국 제로샷 모델링의 완벽한 구현이 어려운 이유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인식론적, 철학적 문제들과 맞닿아 있다. 지식이란 무엇인가? 이해란 무엇인가? 개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일반화는 어떤 원리에 따라 이루어지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 없이는, 진정한 제로샷 학습은 요원할 것이다. 앞으로의 발전은 단순히 더 큰 모델이나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인지과학, 철학, 신경과학과의 학제적 협력을 통해 지능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서 나올 것이다. 제로샷 학습은 단순한 기술적 도전이 아니라,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현대적 접근이며, 그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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