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가 피지컬 AI 구현에 주목받는 이유
C++가 피지컬 AI 구현에 주목받는 이유
인공지능 기술이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산업용 기계 등 물리적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으로 확장되면서,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2024년 CES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를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현실 세계에서 행동하는 AI"로 정의하며, 이를 AI 발전의 다음 물결로 선언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C++는 단순한 레거시 언어가 아니라,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재조명받고 있다.
피지컬 AI가 C++를 필요로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실시간 제어와 예측 가능한 성능때문이다. 로봇 팔이 물체를 집거나, 자율주행차가 장애물을 회피할 때, 시스템은 수 밀리초 단위의 응답 시간 안에 동작해야 한다. Python과 같은 인터프리터 언어는 가비지 컬렉션(garbage collection)으로 인해 실행 도중 예측 불가능한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C++는 메모리를 개발자가 직접 관리하며, 컴파일 시점에 최적화된 기계어를 생성하기 때문에 실행 시간의 지연 편차(jitter)가 극히 낮다. 실제로 로봇 운영체제(ROS 2)의 핵심 미들웨어인 DDS(Data Distribution Service) 레이어와 실시간 제어 모듈은 C++로 구현되어 있으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하드웨어 근접성과 자원 효율성이다. 피지컬 AI 시스템은 흔히 제한된 메모리와 연산 자원을 가진 임베디드 프로세서나 마이크로컨트롤러 위에서 동작한다. C++는 운영체제 없이도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할 수 있으며, 메모리 레이아웃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ARM Cortex-M 계열의 MCU나 NVIDIA Jetson과 같은 엣지 AI 플랫폼에서 센서 드라이버, 모터 제어 알고리즘, SLAM(동시 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 모듈 등이 C++로 작성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C++ 표준 라이브러리와 템플릿 메타프로그래밍은 런타임 오버헤드 없이 고도로 추상화된 코드를 작성하게 해주어, 성능과 유지보수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피지컬 AI 분야의 주요 프레임워크와 생태계가 C++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로봇 공학의 표준 플랫폼인 ROS/ROS 2는 C++와 Python을 모두 지원하지만, 성능이 중요한 노드는 C++로 작성하는 것이 공식적으로 권장된다. 엔비디아의 Isaac SDK, 자율주행 플랫폼인 Apollo(바이두), Autoware 등도 C++를 핵심 언어로 채택하고 있다. 물리 시뮬레이션 엔진인 MuJoCo나 Bullet Physics 역시 C++ 기반이며, 딥러닝 추론 엔진인 TensorRT와 ONNX Runtime의 핵심 컴포넌트도 C++로 작성되어 있어 학습된 AI 모델을 실제 하드웨어에 배포하는 경로 전반에 C++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산업적 요구가 C++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기능 안전 표준인 ISO 26262나 항공우주 분야의 DO-178C는 소프트웨어의 동작이 엄격하게 예측 가능하고 검증 가능할 것을 요구한다. C++는 MISRA C++ 가이드라인이나 AUTOSAR C++ 14 표준과 같은 안전 코딩 규범과 결합되어 이런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언어로 오랫동안 인정받아 왔다. Rust가 메모리 안전성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C++ 기반의 툴체인, 검증 도구, 엔지니어링 노하우는 단기간에 대체되기 어렵다.
결국 피지컬 AI는 소프트웨어가 단순히 계산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 세계에 정밀하게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 최전선에서 요구되는 저지연 실시간 처리, 하드웨어 수준의 제어, 방대한 기존 생태계, 그리고 산업 안전 기준의 충족이라는 네 가지 조건은 오늘날 C++가 피지컬 AI 구현의 언어로 주목받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