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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 아키텍처 기반 피지컬 AI의 한계

miracleai 2026. 2. 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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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 아키텍처 기반 피지컬 AI의 한계

 

피지컬 AI(Physical AI)란 로봇, 자율주행차, 산업용 자동화 시스템처럼 물리적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일컫는다. 이 시스템들은 현재 대부분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1945 EDVAC 보고서를 통해 제안한 아키텍처, 즉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가 분리된 채 단일 버스(bus)를 통해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 위에 구현되어 있다. 이 아키텍처는 범용 컴퓨팅의 토대로서 지난 80여 년간 눈부신 성과를 거뒀으나, 실세계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는 피지컬 AI의 요구사항 앞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이른바 '폰 노이만 병목(Von Neumann Bottleneck)'이다. CPU가 연산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불러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latency)과 대역폭(bandwidth) 제약이 전체 시스템 성능의 천장을 결정한다. 1977년 존 배커스(John Backus) ACM 튜링상 수상 연설에서 이 문제를 명시적으로 지적한 이래, 컴퓨터 과학계는 다양한 우회 방법캐시 계층 구조, 파이프라이닝, 병렬 처리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인간의 시각·청각·촉각 센서 데이터를 밀리초 단위로 융합하여 실시간 제어 신호를 생성해야 하는 피지컬 AI에서는 이 병목이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은 LiDAR, 카메라, 레이더에서 초당 수십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며, 이를 순차적 메모리 접근 방식으로 다루는 것은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이다.

사진:AI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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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한계는 에너지 효율이다. 폰 노이만 구조에서는 연산과 메모리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데이터가 버스를 오갈 때마다 에너지가 소모된다. 스탠퍼드 대학교 인간중심 AI 연구소(HAI) 2023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AI 모델 하나를 훈련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중형 자동차 수십 대가 평생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맞먹는다. 이 문제는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일부 비용으로 흡수될 수 있지만, 배터리로 구동되어야 하는 이족보행 로봇이나 드론 같은 엣지(edge) 피지컬 AI에서는 직접적인 작동 시간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뇌가 약 20와트로 고도의 감각-운동 통합을 수행하는 것과 비교할 때, 현재 피지컬 AI 플랫폼이 유사한 태스크를 처리하기 위해 수백 와트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아키텍처적 근본 문제를 시사한다.

 

세 번째 한계는 실시간성과 결정론적(deterministic) 제어의 충돌이다. 폰 노이만 아키텍처는 범용 운영체제(OS)와 결합되어 인터럽트, 컨텍스트 스위칭, 가상 메모리 관리 등 다양한 비결정론적 요소를 내포한다. 로봇 팔이 사람 곁에서 작업할 때 충돌 감지와 정지 명령 사이의 지연이 수백 마이크로초라도 발생하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시간 운영체제(RTOS) FPGA 같은 전용 하드웨어를 병용하지만, 이는 시스템 복잡성을 높이고 폰 노이만 구조의 유연성이라는 장점을 희석시킨다.

 

네 번째로, 학습과 추론의 분리 문제가 있다. 폰 노이만 모델에서는 학습(데이터로부터 파라미터를 갱신하는 과정)과 추론(저장된 파라미터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사실상 분리된 채 수행된다. 인간이나 동물의 신경계는 경험하는 동시에 학습하는 연속적 온라인 학습(continual learning)을 자연스럽게 구현하지만, 폰 노이만 기반 시스템은 이미 학습된 모델을 정적으로 배포하거나, 재학습 시 이전 지식을 망각하는 '파국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 문제를 겪는다. 2017 DeepMind UCL의 공동 연구(Kirkpatrick et al., PNAS)가 이 현상을 정량화하며 제안한 탄성 가중치 강화(EWC) 알고리즘이 부분적 해법을 제시했으나, 아직 생물학적 수준의 연속 학습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계와 학계는 뇌에서 영감을 받은 뉴로모픽(neuromorphic) 컴퓨팅, 메모리 내 연산(Processing-In-Memory, PIM), 아날로그 컴퓨팅 등 탈() 폰 노이만 패러다임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Intel Loihi 2 칩과 IBM NorthPole 프로세서는 뉴런과 시냅스를 하드웨어 수준에서 구현하여 메모리-연산 분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려는 시도이며, IBM 연구진은 2023 Nature 지에 NorthPole이 기존 GPU 대비 에너지 효율을 25배 개선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 아키텍처들은 아직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프로그래밍 모델이 성숙하지 않아, 피지컬 AI의 복잡한 태스크에 범용적으로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폰 노이만 아키텍처는 논리적 명료성과 범용성이라는 강점으로 디지털 혁명을 이끌었지만, 물리 세계와 실시간으로 맞물려 작동해야 하는 피지컬 AI에는 구조적 비효율이 내재한다. 메모리 병목으로 인한 지연, 높은 에너지 소비, 결정론적 실시간 제어의 어려움, 그리고 연속 학습의 한계는 단순한 엔지니어링 최적화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아키텍처 수준의 제약이다. 이에 따라 피지컬 AI의 진정한 도약은 70여 년 전에 설계된 컴퓨팅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진화(co-evolution)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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