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각광받는 이유
인공지능 시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각광받는 이유
질문이 답보다 중요해진 시대
우리는 지금 놀라운 시대를 살고 있다.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몇 초 만에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복잡한 코드도 작성해주고, 보고서도 써주며, 심지어 그림까지 그려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많은 지식을 외우고 있는 사람,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 자체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끌어낼 수 있는 능력, 즉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인공지능을 접할 때 실망을 경험한다. "ChatGPT가 별것 아니네", "생각보다 쓸모없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같은 인공지능을 사용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핵심은 질문의 질에 있다. 인공지능에게 "좋은 사업 아이디어 알려줘"라고 물으면 뻔하고 일반적인 답변만 돌아온다. 하지만 "30대 직장인이 주말에 5만원 예산으로 시작할 수 있는, 3개월 내에 수익화 가능한 온라인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실행 단계와 함께 3가지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전혀 다른 수준의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마치 숙련된 직원과 신입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입에게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지시가 필요하지만, 숙련된 직원에게는 핵심만 전달해도 알아서 처리한다. 인공지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초고속 학습자'이지만,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으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새로운 시대의 문해력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연봉이 억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간단히 말하면 '인공지능에게 좋은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은 여러 요소를 포함한다. 첫째, 명확한 맥락이다. "보고서 써줘"보다는 "신입사원 대상 AI 활용 교육을 위한 30페이지 분량의 교육 자료를 만들어줘. 기술 배경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실생활 예시 중심으로 구성해줘"가 훨씬 좋은 결과를 낸다.
둘째, 구체적인 제약조건이다. "다이어트 식단 추천해줘"보다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40대 남성을 위한, 하루 1800칼로리, 점심은 외식해야 하는 조건의 일주일 식단을 각 끼니별 조리시간과 함께 알려줘"라고 물으면 실제로 활용 가능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원하는 출력 형식의 명시이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표로 정리해줘",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줘", "찬반 논거를 각각 3가지씩 제시해줘"처럼 결과물의 형태를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은 사고력의 반영이다
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스킬이 아니다. 그것은 깊은 사고력의 표현이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먼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하고,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파악해야 하며,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창업하려면 뭘 해야 해?"라고 물으면 너무 광범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베이커리 창업을 준비 중인데, 상권 분석은 어떤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까? 특히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차이점을 고려해서 알려줘"라고 물으면, 이 사람은 이미 창업 아이템을 정했고,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상권 분석이며, 자신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질문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문제를 구조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필요한 정보를 식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결국 좋은 질문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비판적 사고와 검증의 중요성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인공지능의 답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좋은 질문자는 답변을 받은 후에도 계속 질문한다. "이 정보의 출처는 뭐야?", "다른 관점은 없을까?", "이 방법의 한계는 뭐야?"와 같은 후속 질문을 통해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다각도로 사고한다.
인공지능은 때로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사실인 것처럼 거짓 정보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따라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인공지능의 답변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추가 검증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창의성의 새로운 정의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창의성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이제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을 통해 가능성을 탐색하고 조합하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작가가 글을 쓸 때, "이 장면을 더 긴장감 있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인공지능에게 물어보고, 여러 제안 중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것을 선택하고 변형하는 과정은 새로운 형태의 창작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작가의 역할은 좋은 질문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고, 나온 결과물을 평가하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각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고 활용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문제를 정의하고, 사고를 구조화하며, 창의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전 과정을 포함된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게 정답이야"라고 주입하기보다는 "너는 어떻게 생각해?", "왜 그렇게 생각했어?",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되묻는 교육이 필요하다.
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능동적인 자세이다. 주어진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태도이다. 인공지능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