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강점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강점
인공지능은 이제 바둑과 체스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기고, 방대한 문서를 몇 초 만에 요약하며, 그림과 글까지 그럴듯하게 만들어낸다. 이런 변화 앞에서 많은 사람이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흥미롭게도 인공지능이 잘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인간만이 지닌 강점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앞서는 지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진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힘, 곧 창의성이다.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인터넷에 쌓인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그럴듯한 평균을 내놓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다양해 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서로 놀랄 만큼 비슷하다. 2025년의 한 연구에서 연구진이 서로 다른 스물다섯 개의 언어 모델에게 “시간에 대한 은유를 써 보라”고 요청하자, 회사도 크기도 제각각인 모델들이 결국 ‘시간은 강물’과 ‘시간은 베 짜는 사람’이라는 두 갈래로 수렴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여러 모델이 하나의 생각으로 쏠린다는 뜻에서 ‘인공 벌집 사고’라고 불렀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2024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는,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을 다시 학습 재료로 삼는 일이 반복되면 모델이 점점 평범한 중심값으로 쏠리며 드물고 독특한 것을 잃어버리는 ‘모델 붕괴’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였다. 반면 인간의 창의성은 저마다 다른 삶의 경험, 실패의 기억, 남들은 잇지 못하는 엉뚱한 연결에서 진짜 다른 무언가가 태어난다. 평균을 벗어나는 바로 그 지점이 인간의 자리다.

둘째는 적은 경험으로 빠르게 배우는 힘이다. 인공지능이 어떤 능력을 갖추려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사람 수준으로 다루게 된 인공지능 알파스타는, 사람의 경기를 흉내 내는 학습에 더해 무려 1만 3천여 년 분량에 해당하는 자기 대국을 거쳐야 했다. 대형 언어 모델은 수십조 개의 단어를 삼키며 훈련되지만, 열두 살 아이가 그때까지 들은 말은 많아야 1억 단어 안팎이다. 사람은 겨우 수십 시간의 연습으로 자동차 운전을 익히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은 수십억 킬로미터의 주행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인간이 이토록 효율적인 이유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새로운 상황에 옮겨 쓰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탈 줄 알면 오토바이를 더 쉽게 배우고, 사진 몇 장만 봐도 낯선 사람을 군중 속에서 알아본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미루어 아는 이 전이 능력은 아직 기계가 쉽게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이다.
셋째는 몸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힘이다. 1980년대에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흥미로운 역설을 지적했다. 복잡해 보이는 계산이나 논리는 기계가 오히려 쉽게 해내는 반면, 걷기와 물건 집기, 얼굴 알아보기처럼 한 살 아이도 하는 일은 기계에게 지독히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흔히 ‘모라벡의 역설’이라 부른다. 이유는 이렇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몸으로 세상을 만지고 부딪히며, 물이 위로 떨어지지 않고 닫힌 서랍 안에 큰 유리잔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굳이 배우지 않고도 안다. 이런 물리적 상식과 인과에 대한 감각은 수많은 감각 경험 위에 쌓인 것이라, 글자만 학습한 기계는 좀처럼 흉내 내지 못한다. 실제로 정교한 모델조차 “진공에서 공을 놓으면 위로 뜨느냐”와 같은 단순한 물음에 엉뚱한 답을 내놓곤 한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약 20와트, 즉 희미한 전구 하나 정도의 에너지로 이 모든 일을 해낸다. 거대한 데이터 센터가 소비하는 막대한 전력과 비교하면 놀라운 효율이다.
마지막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인공지능은 상황의 맥락과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하며,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어떤 선택이 누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저울질하고 그 무게를 감당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이렇듯 평균을 벗어나는 독창성, 적은 경험으로 배우는 효율, 몸으로 체득한 세계 이해, 그리고 가치를 판단하고 책임지는 능력은 지금의 인공지능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인간의 강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강점을 인공지능과의 대결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반복되고 방대한 계산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 곧 새로움을 상상하고 맥락을 읽으며 의미를 결정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유능해질수록,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자리는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