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긴 겨울잠을 잔 이유
인공지능이 긴 겨울잠을 잔 이유
1995년 체스 세계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와 딥 블루와의 대전이 최초의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었다. 사실 체스를 두는 인공지능은 앨런 튜링이 1953년에 이미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2019년 우리나라에서 튜링의 인공지능 관련 논문과 강의를 정리해서 출간한 책 ‘지능에 관하여’의 마지막 부분에 체스가 나온다.
이 ‘체스(Chess)’에서 체스를 두는 컴퓨터를 어떻게 구현하고 인간과 대결해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와 있다. 하지만 튜링은 이를 실제로 구현하지 못했고, 1995년이 되어서야 구현이 되었다. 그렇다면 왜 1995년이 되어서야 체스를 두는 인공지능이 구현되었을까?
1953년 튜링이 체스를 두는 기계에 대해서 언급했을 당시는 그가 시대를 앞서 나가도 너무 앞서 나갔다. 당시 컴퓨터 성능으로는 체스와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도 없었고, 처리 속도도 지금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느렸다. 비유하자면 튜링이 활동하던 시대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로 이동하려면 12시간 이상이 걸렸지만 지금은 3시간도 걸리지 않는 것과 같다. 그만큼 튜링 시대의 컴퓨터 성능은 느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장장치도 튜링 시대에는 자기 테이프였는데 지금의 SSD와 비교하면 처리 속도는 엄청 느렸다. 테이프의 특징은 내가 원하는 자료를 찾기 위해서는 테이프를 앞쪽이나 뒤쪽으로 돌려야 했다. 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공지능이 제대로 구현될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이 소프트웨어 측면이다.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고성능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이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와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지금의 고성능 소프트웨어가 Windows 95에서 설치될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제 구동을 해 보면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 말은 인공지능을 최상의 상태에서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것인데, 튜링 시대에는 이것이 구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1972년에 데니스 리치와 켄 톰슨이 C언어를 만들기 전까지는 운영체제를 어셈블리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셈블리어는 하드웨어에 따라 코딩을 다르게 해줘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구동되는 응용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에 따라 다르게 해줘야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이런 환경에서는 인터넷 구축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세돌 9단은 서울에서 바둑을 두고 알파고는 영국에서 두는 등의 대결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의 긴 겨울잠을 잔 이유는 이론적으로는 이미 1950년대에 완성이 되어 있었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가 없었고, 대중이나 개발자들도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인공지능이 40년 넘는 긴 시간 겨울잠을 잔 이유다.